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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해결 중심의 모자이크

협치(協治)라고 쓰고 연정(聯政)을 논의하거나 거버넌스(governance)로 말하면서 거버넌스의 방식이나 원리에 대한 공유도 합의도 없다는 것이 현 정치 상황이다. 단어만 들여오고 개념의 맥락은 이해하지 못한 탓이다. 1970년대 말 복지국가의 한계에 대한 대안을 모색하며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재구성하기 위한 유럽의 논의, 「국민은 왜 정부를 믿지 않는가(Why People Don’t Trust Government)」(1997, 조셉 S. 나이)라든지 2001년 9.11 테러나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을 겪으며 암흑기를 벗어나고자 고심했던 「어두운 시대의 거버넌스(Governance in Dark Times)」(2008, Camilla Stivers)의 핵심은 당대의 문제 해결에 있었다.

 

유럽에서 1980년대 초부터, 한국에서는 1990년대 초부터 소위 ‘신사회운동’이 뿌리내리기 시작했다.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하나의 이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환경, 여성, 인권, 평화 등과 같이 개별 영역과 부문의 난제(wicked problems)를 풀어 보려는 움직임이 부상한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환경 거버넌스였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풀뿌리부터의 오랜 노력이 독일의 녹색당을 자리 잡게 만들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초반 경제정의나 소액주주운동이 각광을 받았고, 공해추방운동이 환경운동으로 틀을 갖췄으며, 여성운동이 지평을 넓히기 시작했다.

 

2007년 12월 서해를 오염시킨 허베이스피리트호 좌초 이후 전국에서 모여든 100만여 자원봉사자들은 문제 해결 중심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형성했다. 계층도 이념도 조직도 구분하지 않고 오직 해안의 기름띠를 처리하기 위해 가족 단위며 동호회며 기존의 자원봉사의 틀을 깬 것이다. 정부는 1995년 여수 앞바다 씨프린스호 기름유출사건 이후 많은 정비와 대응책을 준비해 왔지만, 기상악화로 군산 앞바다까지 퍼져 가는 기름띠를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자발적으로 찾아온 100만의 자원봉사자들을 관리조차 할 수 없었다. 시민들은 스스로 인터넷 카페를 열어 정보를 공유하며 자기조직화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시민들은 촛불을 들었지만, 정치지도자들은 문제 해결의 구조를 안내하지 못했다. 협력적 거버넌스는 문제 해결의 자원을 찾아 그 역량에 적합한 재량(empowerment)을 부여하고, 새로운 방식의 책무(accountability)를 부여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193개 유엔 회원국은 2015년 9월 총회를 통해 2030년까지 공동으로 달성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를 수립한 바 있다. 이 목표를 수립한 과정을 MGoS(Major Groups and other Stakeholders) 프로세스라고 하는데, MGoS란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서 정한 여성, 청소년, 원주민, NGO, 지방정부, 노조, 기업, 과학기술, 농민 등 9개 주요 그룹과 2012년 유엔지속가능발전회의에서 추가로 인정된 노인, 지역공동체, 이주민 그룹, 그리고 2013년 유엔총회에서 인정된 민간자선단체, 재단, 교육 및 학술단체, 장애인 그룹 등 이해관계자 그룹을 말한다. ‘빈곤 퇴치라는 맥락의 녹색경제, 그리고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새로운 틀의 마련’이라는 주제로 2012년부터 진행된 MGoS 프로세스를 통해 SDGs가 수립된 것이다.

 

공동의 문제를 정의하고, 공동의 목표를 설정할 때이다. 난제들 앞에서 여전히 손쉽게 이념, 지역, 성별, 세대의 틀에 기대는 목소리들은 그 목소리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간과하고 있다. 선진국의 문턱에서 여전히 산적한 문제를 맞이하고 있는 한국에서 문제 해결 중심의 모자이크가 필요한 때이다.

 

글쓴이=오수길(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고려사이버대학교 교수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정책위원장

한국환경민간단체진흥회 이사장

전 한국환경사회학회ㆍ한국NGO학회 부회장

(저서) 공공가치(2022, 공저), 살며 사랑하며 고양시 길라잡이(2021, 공저), 사회적 가치와 공기업 혁신(2020, 공저), 한국의 정치ㆍ행정(2019, 공저), 로컬 거버넌스의 성공모델(2018, 공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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