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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반도 평화와 20대 대선

[글쓴이=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과 성과없이 끝난 판문점 북미정상회동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모두 장기교착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지체로 인해 남북미 모두의 부담이 가중되고, 북핵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한반도 평화가 기로에 서 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10년 동안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고 핵능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실상의 ‘선 핵개발 후 경제발전’ 노선인 경제핵병진노선을 2017년까지 지속해 경제를 희생시켰으며, 사상 최대의 대북제재를 자초했다. 북한 경제는 2017년 –3.5%, 2018년 –4.1%, 그리고 2020년 –4.5% 역성장해 1997년 고난의 행군기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있다. 김정은 체제는 새로운 미래비전 제시 없이 시대착오적인 자력갱생노선을 고수하고 있으며, 이미 효용가치를 상실한 수십년 전의 3대혁명소조운동과 항일유격대정신을 소환하고 있다. 북한은 코로나19를 막기 위해 2년 동안 국경을 완전히 봉쇄했으며, 백신 접종자는 공식적으로 단 한명도 없다. 세계적인 위드코로나 전환 추세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태다.

 

금년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1년이 지나는 동안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아무런 성과도 도출하지 못했다. 바이든 정부는 4월 말 대북정책 재검토를 끝내고 ‘조정된 실용적 접근(a 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새로운 대북정책으로 발표했다. 바이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관점과 트럼프 정부의 일괄타결 방식의 문제를 조정해 외교적 해법을 통한 북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동안 바이든 정부는 북한에게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지만 북미 간 그 어떤 직접적 접촉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북한은 이중기준과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미국에게 공을 넘기는 모양새다.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전임 정권과 차별화된 보다 강력하고 새로운 억제책(deterrence) 또는 유인책(incentive)을 제시해야 하지만, 바이든 정부는 대안의 마련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은 ‘전략적 인내 시즌 2’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북한에게 공허한 대화 제의를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교착 국면에서 한반도의 핵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직전 핵실험 및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중단과 핵비확산을 약속한 소위 ‘자발적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이후 현재까지 그 약속을 준수하고 있다. 반면 동 기간 북한은 핵물질 생산을 지속했으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다양한 단거리 발사체 개발을 가속화했다. 북한의 핵물질과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유엔차원의 대북제재가 부과된 적은 없다. 결국 북한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보다 많은 핵탄두의 제조와 아울러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단거리 발사체를 보유하게 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1,000km 이하의 단거리 발사체는 한반도 전역을 사정거리권에 두고 있다. 이제 한반도 전역이 북한 핵무기의 직접적 위협에 노출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 교착국면에서 한반도의 핵 위기는 조용하지만 매우 심각한 국면으로 접어든 셈이다.

 

2018년 한해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견인했던 문재인 정부는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지 못한 채 임기말 시간표에 쫓기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종전선언을 입구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재가동을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반도 정전체제의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평화협정 체결이 단기간에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종전선언은 현실적인 의미가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 신뢰가 형성될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입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치적 보이콧 선언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한반도 평화의 계기로 활용하려는 구상에 차질이 생겼으며, 내년 3월 초에는 한국의 제20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현 정부에게 주어진 가용한 시간은 사실상 내년 2월 말까지인 셈이다. 임기 말 갈 길이 먼 문재인 정부는 이제 종전선언 문구에 대한 한미 간의 입장을 조율한 상태로 가장 중요한 북한과의 협상을 남겨두고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참여의사를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중전략경쟁이 종전선언의 성격과 내용을 둘러싸고 충돌할 우려도 있다.

 

현 정부의 잔여 임기와 정권교체기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교착국면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현 정부가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입구를 형성하고 차기 정부가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차기정부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해 ‘준비된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제20대 대선은 정쟁과 네거티브 경향에 대한 우려와 아울러 건강한 정책대결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한반도문제 해결이 이번 대선의 주요 이슈라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력 대선후보들은 체계적인 대북·통일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창의적 대안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핵위기의 심각성과 문제해결의 시급성에 대한 인식도 찾아보기 힘들다.

 

북한과 미국 모두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채 협상재개를 위한 창의적 대안의 마련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역할은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현 정부는 성과주의가 아닌 차기정부가 승계할 수 있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입구를 형성하는데 주력해야 하며, 차기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정책적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반도 문제의 장기교착은 결국 위기의 고조로 귀결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한 북한이 전략적 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내년 한국의 정권교체기는 한반도 문제의 분수령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공백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각 후보진영은 한반도 문제의 심각성과 시급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그랜드 디자인(grand design)을 조속히 제시해야 한다. 차기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항구적 정착을 위한 정책을 본격화해야 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경제와 아울러 한반도 문제는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될 것이다. 제20대 대선은 건강한 정책대결의 장이 되어야 하며, 그 중심에 한반도 문제해결을 위한 해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현 상황은 ‘준비된 차기정부’를 원하고 있다는 점을 명심할 일이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4년 상트-페테르부르그 대학교에서 러시아 체제전환을 주제로 사회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5년부터 현재까지 통일연구원에서 사회주의 체제전환과 통일문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대한민국 대통령 인수위원회 자문위원 ▲정부 자문위원 ▲통일연구원 남북협력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한바 있습니다.

저서로는 ▲중국과러시아의 경제체제전환 비교연구’ ▲정치, 경제, 사회분야 통일비용-편익 연구 ▲북한체제 위기구조와 사회변동 전망 등을 집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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